• 2022. 12. 27.

    by. growthga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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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가씨 포스터

     

     

     

     

     

     

     

     

     

     

    1. 3부작. 진짜 이야기는 2부부터 시작된다.

     

    영화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어두운 날, 아이들의 노랫소리와 일본군들의 군홧발 소리로 시작한다. 숙희(김태리 분)는 어릴 적부터 커왔던 보영당을 떠나 한 일본인 아가씨의 하녀로 일하기 위하여 떠난다. 그곳에서 숙희는 타마코라는 이름을 받는다. 주의할 점과 집안 구조를 소개받은 후, 지낼 곳으로 아가씨 방 바로 앞에 위치한 벽장을 안내받는다. 으스스한 집 분위기에 얼른 잠에 들었던 숙희는 밤 중에 히데코(김민희 분)의 비명에 깬다. 히데코는 겁에 질린 듯한 목소리로 달이 없는 밤에 벚나무에 목을 매 죽은 이모 귀신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숙희에게 해준다. 숙희는 히데코에게 사케 한 숟가락을 먹이고 자신의 벽장에 데리고 가 히데코를 마치 아기 재우듯 자장가를 불러주고 토닥토닥 쓰다듬어 주면서 재운다.

    사실 숙희는 후지와라 백작(하정우 분)과 함께 히데코의 재산을 빼돌리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히데코의 하녀로 왔다. 숙희의 역할은 히데코의 정보를 백작에게 전달하고, 히데코가 백작과 사랑에 빠지도록 옆에서 바람잡이를 하는 것이다. 후지와라 백작은 미술 수업을 핑계로 코우즈키의 집에 들어온다. 각자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계획대로 움직인다. 코우즈키(조진웅 분)가 함경도 금광에 가기 위하여 집을 비운 사이, 히데코는 숙희와 함께 집을 도망쳐 나와 백작과 셋이 일본으로 건너간다. 일본으로 건너가 히데코와 백작은 결혼한다. 일주일 후 예정대로 히데코를 정신병원에 넣아 계획이 성공으로 끝나는 듯했으나, 어찌 된 일인지 숙희가 백작 마님이 되어 있다. 숙희가 히데코를 대신하여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 것으로 1부는 끝이 난다. 1부의 끝과 함께 2부에서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2. 시원하고 통쾌했다.

    숙희와 히데코, 두 사람은 결국 해피엔딩을 맞게 된다. 신분, 국적, 동성애 등 그 어떤 것에도 개의치 않고 둘은 사랑을 통해 자기 자신 스스로들을 구원한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히데코가 숙희에게 하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본 후 이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히데코가 자신을 괴롭히고 학대해왔던 책들을 망가뜨리는 숙희를 바라보며 나오는 내레이션이다. 사실 이모부는 조선인으로, 일본을 동경해 몰락한 일본 귀족 가문의 딸과 결혼한 친일파이다. 후견인이자 이모부인 코우즈키는 어린 히데코에게 음란서적을 읽고 희귀본들을 비싼 값에 팔기 위하여 낭독하게 만든다. 이뿐만 아니라 이 코우주키라는 자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부인에게 음란 서적 낭독을 시키거나, 조카인 히데코에게 장가를 가려는 등 비상식적인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인물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히데코의 이모가 원래 미친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미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이다. 아마 이모는 자신을 스스로 죽임으로 그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인 현실에서 벗어난 듯 보인다. 이모의 죽임을 보고 지하실에서의 공포를 보았던 히데코는 쉽사리 혼자 코우즈키에게서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자신을 속이고 자기 재산을 빼앗기 위해 온 숙희를 만나 처음 사랑을 느끼고, 자신을 괴롭혀 왔던 사람의 일평생 욕망을 망가뜨리고, 자신의 욕망을 위하여 타인의 인생을 망치려고 해도 죄책감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역으로 속이면서 이제껏 삶에서 탈출한다.

     

     

     

     

     

     

     

     

     

     

    숙희와 히데코가 책을 다 망가뜨리고 난 뒤 도망갈 때, 굳이 건물 밖을 통하여 도망가지 않고, 여러 다다미 문을 차례차례 열어 도망친다. 이 모습에서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던 장애물들을 하나하나 열어버리는 듯했다. 또한 그렇게 높지 않은 담장을 마치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듯하게 뚝 떨어지는 장면은 이제까지 삶의 죽음을 의미하는 듯했다. 집안에 갇혀 살던 삶의 죽음을 선언하고, 새로운 삶을 위한 행동으로 보였다. 그런 다음 푸르른 들판을 뛰는 모습은 왠지 모를 쾌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호탕한 듯 슬픔이 담긴 듯한 숙희의 웃음.

    숙희는 복순으로부터 엄마가 도둑질하다 잡혀 목을 매달게 되었을 때 숙희 자신을 낳고 죽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말을 들을 뒤와 정신 병원에 갇히게 되어 바퀴벌레가 섞인 주먹밥을 먹으면서 과장된 듯하면서 슬픔이 담긴 웃음을 크게 짓는다. 이 웃음이 처음에는 엄마를 잃은 슬픔, 자신이 속임수에 속아 처하게 된 현실에 대한 조소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슬픔과 더불어 기쁨이 섞인 웃음으로 다가왔다. 엄마가 비록 죽었고, 숙희 자신을 두고 죽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슬프지만 자신을 사랑했다는 점에서 나오는 웃음. 현재는 정신병원에 갇혀 있으나 곧 있음 자신의 원하는 바를 이룰 것이라는 기쁨이 섞인 웃음. 

     

     

     

     

     

    3.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눈이 즐거운 영화

    코우즈키가 일본과 영국을 동경해서 그가 지은 집도 일본식과 영국식이 합쳐진 집이다. 생소한 형태이기도 하고, 집이 주는 으스스하면서 약간은 비현실적인 듯한 모습이 영화 속 인물들의 심리 묘사를 더욱 잘 드러내는 듯했다.

    특히 낭독을 하는 곳과 코우즈키의 서재는 그의 욕망 덩어리를 물씬 드러나는 공간이었다. 서재는 코우즈키와 여러 변태들의 욕망의 공간이자 히데코와 이모의 억압 공간이었다. 책을 망가뜨릴 때 서제 바닥에 깔린 다다미를 열는 장면이 나온다. 다다미가 열리면서 바닥에는 작은 연못과 같은 물이 나온다. 그곳에 책들을 잠수시키고, 그 위로 물감을 흩뿌리며, 거기에 더해 철퍽하게 발로 짓밟아 책들을 모두 망가뜨린다. 자신을 괴롭히고 있던 세계를 부수는 장면, 억압의 장소를 떠나 시원하게 달리는 장면 모두 공간적, 시각적으로 잘 표현되어 더욱 와닿았다.

    이뿐만 아니라 히데코가 입고 나오는 옷, 정원 모습, 시계 등 193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이루게 되는 소품들이 모두 화려하면서도 영화의 분위기가 잘 맞아서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물론 잔인하고 무서운 장면도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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